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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그림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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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W. 베리의 문화적응이론: 다차원 모형과 다문화정책의 정책분석

베리의문화적응이론을두축모형으로정리하고동화·통합·분리·주변화전략을국제이주통계와연계해다문화정책설계·평가지침을제시합니다언어교육·차별완화·지역거버넌스등실행수단과성과지표구성을함께설명하며한계와주의점도정리합니다정책결정에쓸수있는체크리스트를제공하고현장적용팁도담습니다!

다문화 도시의 일상적 상호작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포토리얼 학술 인포그래픽

핵심 요약 박스
1) 베리의 문화적응이론은 ‘문화적 유지’와 ‘접촉·참여’라는 두 축을 독립 변수처럼 다루며, 네 가지 전략(동화·통합·분리·주변화)을 제시한다.
2) 네 전략은 이주민의 개인적 선택으로만 고정되지 않으며, 주류사회의 제도·차별·기회구조와 맞물려 달라진다.
3) 국제이주자 규모는 2020년 중반 추계 기준 약 2억 8,100만 명으로 UN DESA와 IOM 자료에서 같은 값으로 확인된다.
4) OECD는 2021년 OECD 전체 기준 이주민 고용이 ‘약 70%’ 수준이라고 요약한다. 정책 설계는 참여 경로(언어·교육·노동시장·지역 커뮤니티)와 차별 완화 장치를 함께 묶어야 한다.
5) 정책평가 관점에서는 ‘접촉·참여’를 촉진하는 제도(언어교육, 자격인정, 취업연계, 반차별 집행)가 통합 전략의 현실 가능성을 높인다.

문화적응이론은 연구자마다 강조점이 다르다. 

일부 연구자들은 언어 습득, 규범 내면화, 네트워크 확장 같은 미시 과정에 초점을 두고, 또 다른 연구자들은 제도·권력관계·차별 같은 구조 요인을 앞에 둔다. 그 가운데서도 존 W. 베리(John W. Berry)가 제안한 2차원 모형은 ‘다차원적 문화적응’이라는 직관적 틀을 제공하면서도, 다문화 사회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이론적 틀을 제시하였다. 

국제이동이 확대되는 현실에서 문화적응 논의는 학술 담론을 넘어 행정·정책의 언어가 된다. UN DESA는 2020년 중반 시점 국제이주자가 약 2억 8,100만 명이라고 하였고, IOM의 World Migration Report 2024도 같은 추계를 사용해 같은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책담당자가 문화적응을 다룰 때 ‘몇 명이 이동했고, 어떤 제도가 그 이동을 사회적 성과로 연결하는가’라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된다. 

이번 글은 베리 모형의 핵심 개념을 정교하게 재정리하고, 네 전략을 개인 심리와 사회구조가 만나는 접점으로 해석하고, OECD·UN·World Bank 같은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 데이터가 시사하는 정책 설계 포인트를 함께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베리 문화적응이론의 출발점: 두 축 질문

베리 모형은 문화적응(acculturation)을 ‘서로 다른 문화 집단 간의 지속적 접촉이 낳는 변화 과정’으로 보고, 개인 수준에서 다음 두 질문을 던진다.

  • 문화적 유지(cultural maintenance): “자신(집단)의 문화적 정체성과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치 있는가?”
  • 접촉과 참여(contact and participation): “주류사회 구성원과 접촉하고, 제도·관계·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가치 있는가?”

중요한 지점은 두 축이 ‘서로 밀어내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뿌리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주류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반대로 뿌리 문화에 대한 애착이 낮더라도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참여는 개인 태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법적 지위, 언어교육 접근성, 취업 차별, 자격인정 시스템 같은 제도 요소가 참여의 문을 좁히거나 넓힌다.

2. 네 가지 문화적응 전략: 동화·통합·분리·주변화

두 축의 조합은 네 가지 전략을 만드렉 되는데 이 네 전략은 ‘성공/실패’의 단순 순위를 의미하지 않으며, 각 전략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장단점과 리스크가 다르게 나타난다.

항목
문화적 유지 높음 / 낮음
접촉과 참여 높음 / 낮음
전략(유형) 동화 / 통합 / 분리 / 주변화

표로 정리해보면,  실제 정책분석에서는 네 전략이 ‘상황별 조합’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전제로 삼아야 함을 알수 있다. 예컨대 직장에서는 주류언어를 사용하며 동화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지만, 가족·종교·지역 네트워크에서는 문화적 유지를 강하게 수행하는 경우가 흔하게 나타난다. 이 때 개인은 모순을 겪는 것이 아니라, 영역별 합리성을 선택한다. 

동화(assimilation)

동화 전략은 문화적 유지가 낮고 접촉·참여가 높은 상태를 말한다. 

이주민은 뿌리 문화의 관습·언어·정체성을 생활의 중심에서 뒤로 미루고, 정주국의 언어·가치·행동양식을 적극 습득하고자 노력한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동화는 노동시장 적응에서 빠른 성과를 주기도 한다. OECD는 2021년 OECD 전체에서 이주민 고용이 약 70%이며(국가 간 편차 존재), 노동시장 참여가 팬데믹 이후 회복 과정에서 개선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만 동화는 ‘완전 흡수’를 이상형으로 삼을 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한다. 때문에, 공공서비스가 ‘주류 규범에의 동질화’를 전제하면, 제도 이용 과정에서 문화적 충돌이 누적될수 있다. 또 뿌리 문화와의 연결이 급격히 약해질 경우 정체성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정책 관점에서 동화는 강요의 대상이 아니라 ‘가능한 경로 중 하나’로 다루는 편이 안정적이다.

통합(integration)

통합 전략은 문화적 유지와 접촉·참여가 모두 높은 상태다. 

이주민은 뿌리 문화의 언어·관습·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주류사회 제도 참여와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이 전략이 주목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다문화주의의 현실적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공존은 분리된 병존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존’에 가까운데, 통합은 그 상호작용을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만든다.

통합이 작동하려면 주류사회의 조건도 필요하다.

차별과 배제가 강하면 접촉·참여는 비용이 큰 선택이 된다. 반대로 언어교육, 자격인정, 공정채용, 지역 커뮤니티 기반 프로그램이 작동하면 참여의 한계비용이 낮아지고 통합의 기대수익이 커진다. 결국 통합은 개인의 의지와 사회의 제도 품질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패가 갈린다.

분리(separation/segregation)

분리 전략은 문화적 유지가 높고 접촉·참여가 낮은 상태다. 

이주민이 뿌리 문화와 유사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중심으로 생활을 구성하고, 주류사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일때가 많다. 분리는 자발적 선택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배제와 차별이 누적되면서 ‘합리적 회피’로 강화될 수도 있다. 

World Bank는 이주와 개발 논의에서 사회적 배제가 장기적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경고하는데, 그 이유는 참여 경로가 막히면, 네트워크는 내부로 수축하고 분리의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리 전략이 곧바로 부정적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가 초기 정착 비용을 낮추고, 상호부조를 통해 생활 안정성을 확보하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교육·노동시장·시민참여가 내부 네트워크에만 의존하면 정보 비대칭과 기회 제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하기때문에 정책은 분리를 ‘비난’하는 방식보다, 분리가 선택되는 구조적 원인을 낮추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주변화(marginalization)

주변화는 문화적 유지도 약하고 접촉·참여도 약한 상태다. 

이주민은 뿌리 문화와의 연결이 느슨해지는 동시에, 주류사회 참여도 원활하지 않아 ‘양쪽 모두에서 소속감이 약한’ 경험을 갖게 될 수 있다. 이럴때 나타나는 주변화는 개인의 성향 문제로 축소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제도적 배제와 반복된 실패 경험이 누적된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서 엄밀성을 위해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국내 일부 자료에서 주변화를 ‘개인주의형’ ‘아노미형’ 같은 하위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는 사례가 있으나, 베리의 핵심 정식 체계는 네 전략까지가 중심이다. 하위 범주를 소개하려면 ‘후속 연구나 해석 틀에서 등장하는 구분’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편이 학술적으로 안전하다. 

3. 방법론: 정책분석 관점에서 베리 모형을 쓰는 방식

문화적응은 심리학 모델이지만, 정책분석에서는 ‘관찰 가능한 지표’로 번역해야 한다. 본 글은 다음 3단계를 사용한다.

  • 1단계(개념-지표 매핑): 문화적 유지와 접촉·참여를 각각 ‘문화 실천 지표’와 ‘제도 참여 지표’로 대응한다. 예: 가정 내 언어 사용, 문화 행사 참여(유지) / 언어교육 참여, 고용 상태, 직업훈련, 지역 모임 참여(참여).
  • 2단계(성과 프레임): 성과를 ‘심리적 적응(안녕감, 스트레스, 소속감)’과 ‘사회경제적 적응(고용, 임금, 교육, 자격인정, 시민권)’으로 분리해 관찰한다.
  • 3단계(제도 매개 변수): 차별금지 집행, 자격인정 절차, 언어교육 보급, 지역 커뮤니티 인프라 같은 제도 요소가 참여 비용을 어떻게 바꾸는지 평가한다.

수치 인용은 UN DESA, IOM, OECD, World Bank, IMF,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처럼 공신력 있는 기관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국제이주자 수(2억 8,100만 명)는 UN DESA와 IOM에서 같은 기준의 추계를 사용해 교차 확인했고, OECD 고용률 요약(약 70%)은 OECD 공식 페이지 서술에 기반해 사용했다.

4. 국제 데이터로 보는 ‘참여’의 현실: 인구 이동과 노동시장

정책은 결국 참여를 현실로 만들거나, 참여를 비용이 큰 선택으로 만드는 장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최소한의 ‘환경 변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UN DESA의 International Migration 2020 Highlights는 2020년 중반 기준 국제이주자가 2억 8,100만 명에 도달했다고 밝힌다. IOM World Migration Report 2024 역시 같은 수치를 제시하면서 1990년 대비 증가분(약 1억 2,800만 명)을 함께 정리한다. ‘이주가 많아졌다’는 감각적 판단보다, 행정과 정책이 감당해야 할 규모가 어떻게 변했는지 숫자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노동시장 측면에서 OECD는 2021년 OECD 전체에서 이주민 고용이 약 70%라고 보고한다. 이 수치는 국가 구성과 정의(이주민/해외출생/외국출생, 체류자격)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본 글은 ‘OECD 전체 요약’ 수준에서만 사용한다. 정책평가에서는 각 국가 통계청의 정의와 표본 프레임을 맞춰 비교하는 절차가 추가로 필요하다.

항목
국제이주자 수(2020년 중반) 약 281,000,000명
OECD 이주민 고용(2021, OECD 전체 요약) 약 70%
캐나다 이민자 비중(2021 인구센서스) 23.0%

표의 국제이주자 수는 UN DESA와 IOM에서 같은 값으로 확인된다. OECD 고용 요약은 OECD International Migration Outlook 2022의 공식 요약 문구를 사용했다. 캐나다 이민자 비중 23.0%는 캐나다 통계청이 2021 센서스 핵심 지표로 제시한다. 이 세 가지 숫자는 서로 다른 층위(글로벌·OECD·국가)를 구성하며, 문화적응 논의가 ‘거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베리 2차원 모형(문화적 유지 × 접촉·참여)을 시각화한 미니멀 학술 인포그래픽

5. 네 전략을 ‘정책 변수’로 읽는 법: 제도·차별·지역 인프라

베리 모형을 정책분석에 적용할 때 핵심은 ‘전략이 왜 그 형태로 나타나는가’다. 같은 개인도 법적 지위가 바뀌면 참여가 달라지고, 지역 인프라가 바뀌면 접촉이 달라진다. 따라서 네 전략을 개인의 성향으로만 읽으면 정책이 작동할 공간이 사라진다.

예컨대 동화는 언어·규범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교육 접근성이 있을 때 비용이 낮아진다. 통합은 이주민 공동체의 문화 활동이 ‘사회적 배제’가 아니라 ‘문화적 권리’로 인정될 때 안정성이 높아진다. 분리는 주류사회가 고용·주거·교육에서 배제 신호를 보낼수록 강화되기 쉽다. 주변화는 실패 경험과 배제 경험이 결합할 때 위험이 커진다.

World Bank의 Migration and Development Brief 39는 디아스포라 금융과 송금 흐름을 다루면서도, 제도 환경이 이주자의 경제적 연결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논의한다. I

MF의 WEO 데이터베이스는 거시경제 지표를 제공하며, 경기 둔화와 노동시장 경색이 취약 집단의 고용·임금에 어떤 환경 변수를 제공하는지 확인할 때 참고할 수 있다. 다만 본 글은 거시 수치를 깊게 전개하지 않으므로 IMF는 ‘정책 환경 점검용’ 보조 출처로 취급한다.

노동시장·교육·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참여 경로’가 형성되는 과정을 표현한 전문 인포그래픽

6. 정책 시사점

이제 베리 모형을 ‘다문화정책의 설계도’로 번역해 보자. 

정책 시사점은 네 전략 가운데 어느 하나를 규범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줄이고 참여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편이 유용하다. 

첫째, 통합 전략을 ‘권장’하기 전에 참여 비용을 낮춰야 한다.
통합은 문화적 유지와 접촉·참여를 동시에 요구한다. 개인에게 “통합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참여 비용을 결정하는 변수는 언어교육 접근성, 취업 연계, 자격인정, 주거 안정, 이동성(교통), 행정서비스 이용 용이성이다. OECD가 2021년 기준 이주민 고용을 약 70%로 보고하고 있지만, 고용의 질(불안정·저임금·비정규 집중) 문제는 남아 있다. 따라서 정책 목표를 고용률 하나로 설정하게되면 ‘참여의 외형’만 좋아지고 통합의 실질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교육은 취업과 연결된 커리큘럼이 필요하고, 직업훈련은 지역 산업구조와 결합되어야 한다.

둘째, 문화적 유지를 ‘사적 영역’으로만 밀어내면 통합의 지속 가능성이 약해진다.
문화적 유지는 축제나 음식 같은 표층적 요소만 의미하지 않으며, 가정 내 언어, 종교, 돌봄 규범, 세대 간 정체성 전달이 함께 포함된다. 

문화적 유지가 억압될 때 정체성 갈등은 커지고, 그 갈등은 참여 동기를 낮출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도는 문화적 표현을 억제하는 방식보다, 공공 공간에서 안전하게 표현되도록 규칙을 제공하는 편이 사회적 비용을 낮출수 있다. 예컨대 공공도서관·커뮤니티센터의 다언어 프로그램, 학교의 다문화 상담 인력 배치, 지역 축제의 공동 기획은 ‘접촉의 장’을 만드는 것이 대안이 되어 분리의 유인을 낮추게 될 수 있다.

셋째, 분리 전략을 ‘의지 부족’으로 해석하는 순간 정책은 실패로 향한다.
분리는 종종 정보 비대칭과 신뢰 부족의 결과로 나타난다. 이주 초기에는 내부 네트워크가 생존 전략으로 작동하고, 문제는 그 네트워크가 주류사회 제도와 연결되지 못할 때 장기적 정책 기회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책은 내부 네트워크를 ‘해체’하기보다 ‘브리지(다리)’를 놓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고용센터의 커뮤니티 연계, 학교-지역단체-사업체의 공동 프로그램, 지역 통역·상담 인프라는 분리의 비용을 낮추고 참여의 기대수익을 올리게 된다. 

넷째, 주변화는 예방 중심 정책이 훨씬 저렴하다.
주변화는 사후 대응 비용이 크다. 소속감 약화, 반복된 실패, 사회적 고립이 누적되면 교육 중단, 노동시장 이탈, 정신건강 악화, 가족 갈등 같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방 관점에서 핵심은 ‘첫 1~2년의 정착 서비스 품질’라고 할 수 있는데,  초기 언어·행정·고용·주거 지원이 촘촘할수록 참여 실패 경험이 줄고, 주변화로의 이동 가능성이 낮아지게 할 수 있다. World Bank의 이주·송금 관련 자료는 디아스포라 연결이 유지될 때 경제적 완충 기능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적 완충이 있으면 정착 과정의 충격이 줄어든다.

다섯째, ‘접촉’은 행사 횟수가 아니라 관계의 질로 측정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다문화 행사를 많이 열어도, 참여 집단이 분절되어 있으면 접촉의 효과가 제한되게 된다. 그렇기때문에, 정책평가 지표는 행사 건수보다 ‘혼합 참여율’, ‘협업 프로젝트 수’, ‘지속 모임 유지율’ 같은 관계의 질 지표로 이동하는 편이 나으며, 접촉은 갈등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갈등은 실패가 아니라 학습의 입력값이 될 수 있으므로, 갈등조정 메커니즘(중재, 상담, 커뮤니티 리더 교육)이 제도에 포함되어야 한다.

여섯째, 노동시장 통합은 ‘자격인정’과 ‘정보 접근’에서 막히기 쉽다.
고용률이 올라가도 숙련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한다. 자격인정 절차가 불투명하거나 시간이 과도하게 길면, 이주민은 낮은 진입장벽 직종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정책은 자격인정의 표준화, 경력 평가의 투명성, 브릿지 교육(보완교육) 제공으로 참여 비용을 낮춰야 한다. OECD의 이주 보고서는 국가별로 이주민의 노동시장 성과를 다루며, 회복기에도 성과 격차가 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곱째, 학교는 통합 전략의 ‘핵심 플랫폼’이다.
아동·청소년의 문화적응은 가정의 문화적 유지와 학교의 접촉·참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다언어 지원, 학부모 소통, 또래 관계 프로그램이 갖춰지면 접촉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지만, 반대로 학교에서 배제 경험이 누적되면 가족 전체가 분리 전략으로 이동할 수 있다. 때문에, 교육행정은 학습지원만이 아니라 관계 형성 지원을 포함해야 한다.

여덟째, 정책 메시지는 ‘동화 압력’으로 읽히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공공 캠페인이 ‘우리 방식에 맞추라’는 뉘앙스를 주면 통합 전략의 심리적 기반이 약해진다. 

메시지는 상호 존중과 참여 기회의 안내에 초점을 둬야 하며,  문화적 유지를 존중하면서도, 법·규범 준수와 공공질서의 기준을 분명히 제시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아홉째, 데이터 기반 평가는 ‘정의 통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주민, 해외출생, 외국국적, 체류자격(영주·임시), 최근 이주 여부 같은 정의가 뒤섞이면 지표 비교가 무의미해진다. OECD·UN·World Bank 자료는 비교 틀을 제공하지만, 국가 통계청 자료와 결합할 때는 정의 매칭이 먼저이며, 캐나다 통계청이 제시한 2021년 이민자 비중 23.0% 같은 지표는 정의가 명확하므로, 다른 국가 비교에서도 정의를 최대한 맞춰야 한다.

열째, 중앙-지방-현장기관의 역할 분담이 통합의 성패를 좌우한다.
중앙정부는 법·재정·표준을 설계하고, 지방정부는 접촉의 장과 서비스 전달을 담당하며, 현장기관은 실제 경험 품질을 만든다. 베리 모형의 ‘접촉·참여’ 축은 결국 현장 서비스에서 체감되게 되는데, 상담 창구의 친절, 통역의 품질, 민원 처리 속도 같은 미시 경험이 참여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지역 거버넌스·교육·고용서비스가 연결되는 다문화 정책 실행체계를 묘사한 학술 인포그래픽

7. 한계와 주의점

베리 모형은 설명력이 높지만, 연구 및 정책 적용에서 주의할 지점이 분명하다. 한계를 정확히 인식해야 모형이 과장되거나 오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첫째, 네 전략은 고정된 성격 유형이 아니다.
사람은 시간과 맥락에 따라 네 전략에서 이동한다. 취업 직후에는 동화에 가까운 행동이 나타나다가, 안정 이후에는 문화적 유지를 강화하며 통합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반대로 초기에는 통합을 지향했지만, 반복된 배제 경험 이후 분리로 이동하는 사례도 가능하다. 따라서 단면 조사만으로 ‘당신은 분리형’ 같은 낙인을 찍으면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정책평가도 단일 시점 지표보다 경로(trajectory) 지표를 설계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둘째, ‘선택’처럼 보이는 행동 뒤에 구조 제약이 숨어 있다.
참여는 개인의 의지로만 성립하지 않는다. 체류자격이 불안정하면 고용 기회가 제한되고, 주거 불안은 교육·노동시장 적응을 동시에 흔들게 도고,  차별은 참여의 기대수익을 낮추고, 결국 분리나 주변화로의 이동을 촉진할 수 있다. 모형을 정책에 적용할 때 ‘참여가 낮다’는 관찰에서 출발해 개인의 태도를 탓하기보다, 제도적 제약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셋째, 측정 문제(지표화)의 난점이 크다.
문화적 유지는 설문으로 측정할 때 응답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 접촉·참여는 더 복잡하다. ‘접촉 빈도’와 ‘접촉의 질’은 다른 변수를 갖고 있다. 직장에서 매일 접촉하더라도 차별적 관계라면 통합 효과가 나지 않으며, 반대로 접촉 빈도가 낮아도 협업 프로젝트처럼 질 높은 접촉이라면 효과가 클 수 있다. 정책지표는 빈도와 질을 분리해 설계해야 한다.

넷째, 국가 간 비교에서 제도 맥락이 결정적이다.
같은 ‘통합’이라도 다문화주의 전통이 강한 국가와 동화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에서 경험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외국의 성공 사례를 수입할 때는 법·재정·교육 시스템, 노동시장 구조, 지역 커뮤니티 인프라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 OECD 자료는 국제 비교를 돕지만, 그 자체가 ‘정책 처방전’은 아니다.

다섯째, 세대 차이를 별도 분석해야 한다.
1세대는 노동시장과 행정서비스가 중심 이슈인 경우가 많고, 2세대는 학교·또래 관계·정체성 정치가 더 크게 작동할 수 있다. 같은 가족 안에서도 전략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부모는 분리 전략을 선택하지만 자녀는 학교를 통해 통합 전략을 수행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정책은 가구 단위 개입과 개인 단위 개입을 분리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문화’ 자체가 단일하지 않다.
이주민 집단을 한 덩어리 문화로 취급하면 내부의 계층·성별·세대·지역 차이를 놓친다. 같은 국적이어도 출신 지역과 계층에 따라 문화 실천이 크게 다르게 나타나며, 정책이 집단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면 서비스는 맞춤형이 아니라 획일형이 되고, 결과적으로 참여 효과가 낮아진다.

일곱째, 본 글에서 사용한 국제 통계는 ‘요약 수준’이다.
국제이주자 2억 8,100만 명, OECD 이주민 고용 약 70% 같은 수치는 전체 상황을 조망하기 위한 앵커다.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의 정책평가로 내려가려면, 해당 국가 통계청의 정의와 표본을 기반으로 재계산이 필요한데, 캐나다 통계청처럼 정의가 명확한 지표는 비교에 유리하지만, 모든 국가가 같은 방식으로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여덟째, 원전의 범위를 벗어난 확장 분류는 출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주변화의 하위 범주처럼 후속 연구에서 나온 개념을 사용할 경우, 베리 원전의 ‘정식 구성요소’로 오해되지 않도록 문장 설계를 신중히 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정책 문서에서는 작은 용어 혼동이 큰 실행 혼선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용어 사전 박스

문화적 유지(cultural maintenance)

문화적 유지는 개인이나 집단이 뿌리 문화의 언어, 종교, 가족 규범, 상징, 가치 체계를 계속 지키려는 성향과 실천을 의미한다. 정책분석에서 중요한 이유는 문화적 유지가 심리적 안정성과 소속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화적 유지가 높다고 해서 주류사회 참여가 낮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베리 모형은 문화적 유지와 접촉·참여가 독립 축이라는 관점을 제공한다. 헷갈리기 쉬운 개념은 ‘분리’다. 분리는 문화적 유지가 높으면서 참여가 낮은 조합을 뜻하지만, 문화적 유지 자체는 참여와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통합). 따라서 문화적 유지=분리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정책에서는 문화적 유지를 ‘사적인 취미’로만 취급하면 오히려 접촉·참여 동기가 약해질 수 있으므로, 공공 공간에서의 안전한 문화 표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접촉과 참여(contact and participation)

접촉과 참여는 주류사회 구성원과의 상호작용 빈도뿐 아니라 제도 참여(교육, 노동시장, 공공서비스, 시민활동)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중요성은 사회경제적 성과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언어교육 참여, 직업훈련 참여, 고용 상태, 지역 모임 참여 같은 지표는 참여의 구체적 표현이다. 혼동하기 쉬운 개념은 ‘노출’이다. 노출은 같은 공간에 있는 상태를 뜻할 수 있지만, 참여는 제도적 기회에 실제로 접근해 관계와 성과를 만들어내는 상태다. 또 접촉은 갈등을 동반할 수 있다. 갈등이 존재한다고 해서 참여가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면 정책은 ‘문제 은폐’로 흐를 수 있다. 오히려 갈등조정 장치가 있을 때 접촉은 학습의 경로가 된다.

통합(integration)

통합은 문화적 유지를 유지하면서도 접촉·참여를 높게 가져가는 전략이다. 다문화주의와의 관계에서 통합은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면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한 상태’에 가까운 정책 목표로 읽힌다. 통합의 핵심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구조다. 혼동하기 쉬운 개념은 ‘동화’다. 동화는 문화적 유지를 낮추고 참여를 높이는 조합이므로, 참여가 높다는 점만 보고 통합과 동화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면 오해가 발생한다. 정책에서 통합을 지향한다는 것은, 언어·교육·노동시장 참여를 높이되 문화적 표현을 제약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차별과 배제가 강하면 통합은 개인에게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목표가 되어 실행력이 떨어진다.

주변화(marginalization)

주변화는 문화적 유지도 약하고 접촉·참여도 약한 조합을 뜻한다. 위험이 큰 이유는 소속감 약화와 참여 실패가 결합되면서 심리적·사회경제적 취약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주변화를 개인의 ‘태도 문제’로만 해석하면 해결책은 사라진다. 주변화는 법적 지위 불안정, 차별 경험, 정보 접근성 부족, 교육·고용 기회 제한 같은 구조 요인의 누적 산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헷갈리는 개념은 ‘분리’다. 분리는 문화적 유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소속감의 기반이 있을 수 있지만, 주변화는 그 기반이 약한 상태까지 포함한다. 정책은 주변화 집단을 낙인찍기보다, 초기 정착 지원과 참여 경로 복원으로 예방하는 편이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

존 W. 베리의 문화적응이론은 ‘문화적 유지’와 ‘접촉·참여’라는 두 축으로 문화적응을 구조화하고, 동화·통합·분리·주변화라는 네 전략을 제시한다. 이 틀은 다문화 사회가 공존을 설계할 때 유용한 지도 역할을 한다. 국제이주자 규모는 2020년 중반 기준 약 2억 8,100만 명으로 UN DESA와 IOM 자료에서 교차 확인되며, OECD는 2021년 OECD 전체에서 이주민 고용이 약 70%라고 요약한다. 이 환경에서 통합을 현실로 만들려면 개인의 노력만 강조할 수 없고, 참여 비용을 낮추는 제도 설계(언어교육, 자격인정, 공정한 채용, 지역 커뮤니티 인프라, 갈등조정)가 함께 필요하다.

정책분석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다음이다. 통합은 구호가 아니라 구조다. 구조가 갖춰지면 통합은 가능해지고, 구조가 부족하면 분리와 주변화의 유인이 커진다. 베리 모형은 그 구조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행정과 정책은 ‘접촉·참여’가 실제로 작동하는 경로를 촘촘히 만들고, 문화적 유지를 안전하게 담을 수 있는 공공 공간을 설계함으로써, 공존의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참고문헌 / 데이터 출처

1. United Nation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UN DESA). (2021). International Migration 2020 Highlights (official page). (2020년 중반 국제이주자 2억 8,100만 명 제시)
2. United Nation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UN DESA), Population Division. (2020/2021). International Migration 2020 Highlights . (국제이주자 규모 및 장기 추세)
3.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IOM). (2024). World Migration Report 2024 (Chapter 2: International migrants: numbers and trends). (UN DESA 2020년 중반 추계 재정리, 2억 8,100만 명)
4. OECD. (2022). International Migration Outlook 2022. OECD Publishing, Paris. DOI: 10.1787/30fe16d2-en. (2021년 OECD 전체 이주민 고용 약 70% 요약 포함)
5. World Bank / KNOMAD. (2023). Migration and Development Brief 39: Leveraging Diaspora Finances for Private Capital Mobilization. (이주-개발 연계, 디아스포라/송금 논의 기반)
6. World Bank. (updated). Migration & Remittances Overview. (송금·이주 데이터 및 SDG 10.c 관련 설명)
7. Statistics Canada. (2026 update). Immigration and ethnocultural diversity statistics. (2021 센서스 기준 이민자 비중 23.0% 등 핵심 지표)
8. IMF. (2023).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October 2023. (거시 환경 점검용 데이터베이스)
9. Berry, J. W. (1997). Immigration, Acculturation, and Adaptation. Applied Psychology: An International Review, 46(1), 5–68. (이론 원전: 2차원 모형 및 적응 논의)
10. Berry, J. W. (2005). Acculturation: Living successfully in two cultures. International Journal of Intercultural Relations, 29(6), 697–712. (이론 확장: 상호 적응, 통합과 안녕감 관련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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